🇬🇧 영국, 브라이튼(Brighton) :: Duke of York’s Picturehouse에서 영화 캐롤(Carol)을

2015년~2016년에 다녀왔던 영국 워홀 경험기예요~
워홀에서 느꼈던 생각과 일상을 추억하며 기록합니다😊

집 근처 영화관 Duke of York’s picturehouse에서 Carol을 보러 갔어요! 많이 기대하던 영화인데 마침 상영한다고 해서 다녀왔습니다😊

📍Duke of York’s picturehouse:

한국에서도 독립영화나 예술영화를 보는 것이 좋아서 광화문 씨네큐브에 자주 갔었는데요, Duke of York’s Picturehouse도 브라이튼에서 그런 장르의 영화를 볼 수 있는 곳이에요. 주류 영화도 개봉하긴 하지만 주로 독립영화를 개봉하는 것 같더라고요~

🔖 Duke of York’s Picturehouse 상영 시간표 확인: https://www.picturehouses.com/cinema/duke-of-york-s-picturehouse

줄리아가 함께 영화를 보고 싶다고 하여 같이 영화관에 갔습니다. 티켓팅을 하고 와인을 한 잔씩 시켜 마시면서 영화 시간을 기다렸어요! 실제 영화관 내부는 작은 오페라 극장처럼 생겼더라고요, 자유롭게 착석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 저희는 스크린과 조금 거리가 있는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영화 상영 시작 전 광고가 나올 때 사진도 한 장 찍고요!

드디어 시작된 Carol. 빼어난 영상미와 그에 걸맞은 음악, 그리고 와인을 마시며 영화를 볼 수 있는 Duke of York’s만의 분위기에 취해, 저는 꽤 재밌게 영화를 봤어요! 1950년대 특유의 분위기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있는 장면도 무척이나 좋았습니다.

한국에서 개봉 후 여러 논란도 있었으나, 개인적으로 평소에 좋아했던 이동진 평론가의 관객들과의 대화 관련 글이 특히 인상 깊었어요. 관객과의 대화에서 기억에 남는 몇 가지 이야기를 함께 담아봅니다. (정리해 주신 분 정말 감사합니다🙏🏻)

💡 테레즈 입장에서 이 순간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다. 너무 사랑했고 여러가지 이유로 끊어진 그녀가 다시 찾아와서 나랑 같이 살지 않을래 라고 했을 때 즉각적으로 거절했다. 상처일수도 있고, 사회적으로 백안시 되는 사랑을 계속 해 나갈 자신이 없어서 였을수도 있다. 그렇게 끊긴 상황에서 상대방이 사랑해 라고 마음 아프게 고백까지 한 상황. 마음 바뀌면 와달라고 말을 해서 머릿속에서 고민하는데 그 때 잭이 끼어든거다. 그리고 나서야 한 시간 넘는 긴 이야기를 우리는 본 것이다. 그리고 영화가 마지막에 다시 첫 장면으로 돌아가게 되면, 주인공인 테레즈에게 남는 것은 둘 중 하나다. 그냥 파티장에 남아 이전처럼 혼자의 삶을 살 것인가, 아니면 굉장히 어렵고 힘들지만 자기를 뒤흔들어 놨던 사랑에 손을 내밀 것인가. 이 두가지 갈래길 사이에서 실존적인 결정을 해야 되는 상황이다. 바로 그 장면을 맨 앞으로 가지고 옴으로써 강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 반면 캐롤 입장에서 보면 이 사랑을 약간은 알고 있다. 그리고 이 사랑이 어떤 귀결에 도달할 것인지 예상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두 사람 중에 누가 더 불안한가 하면 당연히 캐롤이 더 불안할 것이다. 그 경험을 해봤고, 그런 경험이 어떻게 되는지 상상을 하기 때문이다. 바로 그런 이유로 인해 모든 일은 원을 그리기 마련이에요 라고 말을 하고 마지막에 떠나는 것이다. 반복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데 테레즈 입장에서는 대체 여기가 어딘가, 워싱턴인가 워털루인가도 중요하지 않을 정도로 이 극심한 감정적인 격랑 속에서 대체 내가 무슨 일을 겪고 있는 거지 하고 혼란스러워 하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두 사람의 사랑이 큰 차이가 있고, 누가 언제 왜 떠나고 돌아오는지도 사실은 이거랑 너무 결정적인 관련이 있다. 그래서 이 끝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캐롤은 당신을 놓아준다고 말을 하는 거고. 그것이 무엇에 도달할지 알 수 없는 테레즈의 입장에서는 막무가내로 전화해서 보고 싶다고 말을 하는 거다.

💡 내가 느끼기엔, 그냥 내가 느낀 거다. 내가 느끼기엔 테레즈한테는 동성애적인 사랑이 필요한 게 아니고 캐롤이 필요한 거다. 그런데 하필이면 캐롤이 여자였을 뿐 이라는 거다. 그러니까, 어떤 동성애를 다루는 영화에서는 상대방이 여자라는 게 핵심일 수 있다. 동성애적인 정체성에서 내가 여자를 사랑하는 사람이야 라는 것이 그 사람을 말하는 가장 중요한 정체성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최근에 개봉을 앞두고 있는 <데니쉬 걸> 같은 걸 보면 그 영화가 바로 그런 영화다. 그런데 이 영화는 아닌 것 같다. 최소한 소설은 몰라도 영화는 아닌 것 같다. 적어도 이 영화에서 캐롤이 아닌 테레즈는 누군가를 너무 사랑하고 이 경험이 신비하고 아름답고 자기 인생을 걸면서까지 달려들고 싶은데 그런데 그 사람이 그냥 여자인 거다. 그렇게 본다면 이 영화는 두 여자의 사랑 이야기라기보다는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인데, 두 사람이 생물학적으로 여자다. 라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런 이야기가 아닌가 라는 추측이 든다.

📌 1부: https://extmovie.com/movietalk/9936938

📌 2부: https://extmovie.com/movietalk/9936942

📌 3부: https://extmovie.com/movietalk/9940160

📌 4부: https://extmovie.com/movietalk/9940243

관객과의 대화 글을 읽은 후 사울 레이터(Saul Leiter)라는 작가의 사진을 찾아보며 장면과 겹쳐지는 부분이나 공통점을 찾아보는 것도 무척 재밌었습니다. 사진을 보며, 다시 영화를 보고 싶어졌어요!

📌 Saul Leiter, Homage: https://www.gallery51.com/exhibition/saul-leiter-homage/

📌 Saul Leiter, Saul Leiter: https://www.gallery51.com/exhibition/saul-leiter-3/

그리고, 사랑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는데요. 이동진 평론가가 말씀하신 마지막 부분, 그러니까 영화에서 테레즈는 누군가를 너무 사랑하고 이 경험이 신비하고 아름답고 자기 인생을 걸면서까지 달려들고 싶은데. 그런데 그 사람이 여자였던 것. 이 부분에서 저도 영화를 보며 비슷하게 생각했기에 와닿더라고요.

언젠가 강신주 박사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었는데요, 어쩌면 이 부분이 이동진 평론가의 이야기와 겹쳐지는 것 같습니다.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는데, 그 사람이 없으면 안 될 것 같은데 그 사람이 동성일 수도 있는 거고 다른 국적이거나 인종일 수도 있는 거라고.. 그렇게 말씀하셨던 강연이었어요.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지 않겠냐면서요.

사랑은 둘의 경험이다

알랭 바티유

영화 amour를 봤을 때에도 사랑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었는데요. 누군가를 사랑함으로 인해 조금 더 성숙해지는 관계라면, 그런 사랑은 어떤 걸까요. 강신주 박사가 했던 “우리들 대부분은 진짜 사랑을 하지 못하고 살고 있다”라는 말이 다시금 떠오르며, 그래서 캐롤(Carol)은 여러모로 아름다운 영화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원작자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책도 꼭 한 번 읽어보고 싶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