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세화리 마을 책방, 책방 마고 (+ 모든 삶은 흐른다/ 로랑스 드빌레르)

올레길을 걸었던 여행의 마지막 날, 많이 걷기도 했고 피로도 높아 조금 쉬엄쉬엄 있다가 서울로 올라오고 싶었어요~ 느즈막히 일어나 아침을 먹고 체크아웃을 한 뒤 동네 산책에 나섰습니다😊

저희는 여행에 가면 동네 책방과 카페에 꼭 들리려 하는데요, 이날도 숙소가 있는 세화 근처에 책방과 카페가 있는지 찾아봤고 숙소에서 걸어서 5분도 안되는 거리에 동네 책방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저희가 찾아간 곳은 세화리 마을 책방, 책방 마고입니다. 체크아웃을 하고 바로 갔기에 사장님이 가게 문을 열어둔지 얼마 안 된 시간에 방문했던 것 같아요.

📍 책방 마고:

책방 마고로 들어가는 문은 정문에서 조금 걷다 보면 안쪽에 있었습니다. 걸어가는데 제주 돌담길에 능소화가 참 예쁘게 피어있더라고요🌺

한옥의 서까래가 보이는 책방 내부는 아늑하고 참 예뻤어요! 독립 서적뿐 아니라 예술 책과 스테디 셀러 등 다양한 종류의 책들이 곳곳에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북바인딩 원데이 클래스와 같은 것도 운영하시면서 동네 커뮤니티 역할을 하는 것 같았어요~!

한쪽 벽면에는 블라인드 북이 있었는데요, 책방 마고 사장님께서 “동네 서점에 가셔서 블라인드 북이 있다면 구매해보세요~ 그 서점과 주인의 색깔을 가장 뚜렷하게 드러내는 것이 바로 블라인드 북이에요! 저희 책방에서도 제가 많이 고민해서 고르고 있어요~“라고 하시더라고요. 사장님과 그런 대화를 나누며 고민끝에 저도 한 권을 골랐습니다. 나중에 다른 동네 책방에서도 블라인드 북을 꼭 구매해봐야겠다는 생각도 했고요🙂

저희가 올레길을 걷던 차라 배낭을 메고 책을 구경했더니, 사장님께서 시원한 물도 가져다 주시고 가방도 내려 놓으라며 다정한 말씀을 해주셨어요💛 또, 사진을 찍지 말라고 되어 있었는데 그건 내부에 들어와서 빠르게 사진만 찍고 나가는 손님들로 인해 그런 것이라고, 대부분의 손님들은 모두 좋은 분들이라 사진 찍는 것도 괜찮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사장님의 그런 주관 있는 운영 철학이 좋았어요! 정말 책을 보고 싶어서 책방에 오신 손님들도 계실텐데 핫플레이스에 구경온 것 처럼 빠르게 사진만 찍고 나가는 손님들이 온다면 서로 불편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다보니, 오픈런을 해서 사장님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는데, 하나같이 의미있고 즐거웠어요! 우리 동네에도 이런 책방이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고요😍

📌 책방 마고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margo.bookshop

구매한 책들

저희는 동네 서점에 갈 때면 특별한 이상이 없는 한, 적어도 한 권의 책은 구매하려 하는 편이에요~ 책방 마고에서는 사장님과의 대화를 통해 블라인드 북과 “모든 삶은 흐른다” 이렇게 총 2권을 구매했습니다😊

책방 마고에는 총 5가지 종류의 블라인드 북이 있었는데요. 제가 고른 블라인드 북은 책방 마고에 있던 No 2. 로, 아래와 같이 설명되어 있는 소개글을 보고 골랐어요~

• 에세이,엔솔러지
• 버릴수도,가질수도…’관계’의 끝판왕
• 뜨끈하고 끈끈함이 절정인 날에
• 제주섬 여러개의 삶을 사는 사람이 추천하는 여름 한정 스페셜

출발하기 전부터 8월에 올레를 걷는 것이 괜찮지 않을 것이라 짐작했음에도, 책방 마고에 들르기 전날까지 2~3개 코스를 걸었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뜨끈하고 끈끈함이 절정인 날에”라는 문구가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나중에 계산할 때에도 사장님이 이 책은 정말 재밌었다며 강력 추천하셔서 무척 기대됐어요.! 나중에 카페에서 포장지를 벗겨 보니, 처음 들어보는 제목의 책이라 신선하기도 하고 또 어떤 내용일까 궁금했습니다. (아직 책방 마고에서 이 책으로 블라인드 북이 있을 수 있으니, 관련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할게요😉)

신랑이 고른 책은 로랑스 드빌레르의 <모든 삶은 흐른다- 삶의 지표가 필요한 당신에게 바다가 건네는 말>이었어요. 저도 읽고 싶어서 인터넷 서점 장바구니에 넣어두었던 책인데 반갑더라고요~!

이렇게 블라인드 북이 아닌 다른 책을 구매하면 책 등에 margo라고 적힌 스탬프를 찍어주시는 것 같았어요! 또, 책갈피로 사용할 수 있는 제주 풍경이 담긴 명함도 넣어주셨습니다👍🏻

모든 삶은 흐른다- 삶의 지표가 필요한 당신에게 바다가 건네는 말

책은 앞에 추천사를 넘기면, “우리의 삶은 바다에 있다”라는 한국어판 서문으로 시작합니다. 아래와 같이 세 개의 챕터로 나뉘고 각 챕터는 바다와 그에 관련된 단어들로 구성되어 인생 철학에 대하여 이야기 하고 있어요.

Vague: 곡예와 같은 삶을 지나다 바다는 인생이다. 파도처럼 넘실거리고 소용돌이치며 밀물과 썰물처럼 오르락내리락하지만, 곧 잔잔하게 빛을 담아 환하게 빛나는 것. 우리의 삶도 그렇게 소란하게 흐른다. Marée baute: 저 멀리 삶이 밀려오다 바다는 자신을 그대로 내보인다. 우리의 인생도 똑같다. 필요 이상으로 숨길 필요도, 꾸밀 필요도 없다. 그저 있는 그대로 나 자신을 보이며 나아가면 된다. Marée basse: 삶으로부터 잠시 물러나다 파도는 예상보다 더 깊게 파고들고, 더 멀리 밀려간다. 밀려갈 때는 영영 사라질 것처럼 보이지만, 어느새 발밑에 와 있다. 우리 삶에 영원히 사라지는 것은 없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개인적으로 이번 년도 최고의 책이었다고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너무 너무 좋았습니다. 기분이 조금 가라앉을 때에는 막연하게 바다가 보고 싶었던 적이 많이 있었어요. 그럴 때면 바다의 아름다움과 파도의 움직임이 어떤 위로를 준다고 막연하게 생각했고요.

<모든 삶은 흐른다>에는 그런 막연한 부분들이 명확한 단어와 철학적인 글로 쉽게 표현되고 있었습니다. 특히, 바다의 아름다움, 파도의 움직임뿐 아니라 바다가 가지고 있는 어떤 특징과 성질에서도 우리가 왜 위로를 느끼고, 어떻게 살아야함을 생각해볼 수 있는지 적혀 있었어요. 오래오래 자주 꺼내 읽고 싶은 책이었습니다😍

인간도 각자 하나의 섬이다. 획일적인 대중과 대항하는 섬, 오랫동안 다져진 화산섬, 투쟁하는 섬, 반대로 넓은 바다에 빠르게 생겨나는 섬이다. 지구상에 똑같이 생긴 섬은 없다. 모두 제각각의 특징을 가지고 있어서 특별하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각자 세상에 하나뿐인 대체될 수 없는 존재다. 누구도 나와 똑같지 않고 나도 누군가를 완벽하게 모방할 수 없다. 나는 나일 뿐이다.

…

타인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들과 교류하고 나누되 무리하게 남에게 맞추지도, 남의 말을 앵무새처럼 따라히자도, 무리에 휩쓸리지도 말자. 넓은 바다 한가운데에서 ‘자기 자신’이라는 유일한 섬이 되자.

– 로랑스 드빌레르 <모든 삶은 흐른다- 삶의 지표가 필요한 당신에게 바다가 건네는 말> p100~106, 섬- 나답게 살기 일부

그리고, 책을 읽는 내내 올레길을 걸으며 보았던 제주 바다가 생각났어요. 8월의 올레길을 걷는 것은 너무 덥고 지치는 일이었지만, 그만큼 넋을 놓고 보게되는 풍경을 자주 마주할 수 있었는데요. 책을 읽으며 그 때 담았던 바다 사진을 자주 꺼내보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