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연남동 “서점, 리스본” + 임경선 작가 <다정한 구원> 북토크

2019년 10월에 다녀왔던 기록이에요😊
책을 다시 읽으며, 그날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라 글을 쓰게 되었어요!

저는 임경선 작가님을 정말 좋아해서 책이 나오면 바로 보는 편인데요~ 2019년에 <다정한 구원>을 새롭게 출간하셨고, 연남동에 있는 “서점, 리스본”에서 북토크를 하신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저와 같이 임경선 작가님을 좋아하는 친구에게 연락하여 예약하고 다녀왔습니다😊

연남동에 있는 “서점, 리스본”은 <그래도, 사랑> <우리들의 파리가 생각나요> 등을 쓰신 정현주 작가님이 운영하시는 곳이에요. 저는 김환기 미술관에 다녀오며, <우리들의 파리가 생각나요> 책의 내용이 더욱 좋게 느껴졌는데요~

📋 환기 미술관, “김환기의 그랜드 투어 ‘파리통신'” 전시 후기 👉🏻

이렇게 좋아하는 두 작가님을 뵐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북토크에 얼른 가고 싶더라고요~

서점, 리스본

홍대입구역에서 내려 경의선 숲길을 따라 쭉 걷다 보면, 거의 길 끝 무렵에 서점 리스본이 자리하고 있어요! 서점 입구에 작은 안내판이 있고요~

☑️ 영업시간: 13:00~20:00 (목요일 휴무)

📍서점, 리스본:

서점의 옆 벽면에 칠판이 있었고, 분필로 서점 리스본 9월 10월 행사 안내가 적혀있었어요. 정보를 알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칠판의 분필로 적힌 글이 감성적으로 느껴지더라고요🥰

🔖 서점, 리스본 & 포르투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bookshoplisbon/

포르투갈의 대표적인 작가인 페르난두 페소아 작가에 대한 글이 있었어요! 이날 북토크의 책, <다정한 구원>에도 페르단두 페소아에 대한 글이 있었는데요. 바로 프라제레스 묘지를 방문했을 때 쓴 글, “깊은 고요”편입니다. 페르난두 페소아의 유일한 연인이었던 오펠리아 케이로스Ofelia Queiroz의 묘를 방문하며 적은 글인데요.

임경선 <다정한 구원>, p169~171, ‘깊은 고요’ 일부

흑백사진 속의 젊은 오펠리아는 넓은 이마와 단발머리, 짙은 눈썹과 지적인 눈매를 가지고 있다. 굳게 다문 얇은 입술에서 강한 의지의 성격이 은연중에 드러나는 것만 같다. 그러나 오펠리아의 사진은 어떤 각도에서 보아도 쇠창살 끝에 찔려 마치 속으로 피를 흘리는 것처럼 보인다. 사실, 몹시도 아픈 사랑이었을 것이다.
또 한 번의 반전처럼, 묘비 아래에는 흉기와도 같은 쇠창살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랑의 문장이 새겨져 있다. 두 사람이 주고받은 연애편지에서 발췌한 문장들이다.

“난 정말 오펠리아가 너무 좋아요. 당신 같은 품성을 지닌 사람을 만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하며, 당신이 아니라면 결혼할 생각이 없어요.” Gosto muito-mesmo muito-da Ofelinha. Aprecio muiro-muitíssimo-a sua índole e o seu charácter. Se casar não casarei senão consigo. – 페르난두 페소아

페소아가 오펠리아에게 써 보낸 메시지에서 어렴풋이 감지할 수 있듯이, 그는 사랑하기 쉽지 않은 남자였을 것이다. 연애가 서툴고 늘 외로움을 체화하며 살아가던 남자. 글을 쓰기 위해 자기 안으로 침잠해야만 했던 남자. 지나치게 술을 많이 마시던 남자. ‘당신이 아니라면 결혼한 생각이 없어요’라고는 하지만 끝내 결혼이라는 제도를 부정한 남자. 그러니 ‘당신이 아니라면 결혼할 생각이 없어요’라는 문장은 애초에 의미를 상실한다. 사랑하는 남자의 우유부단함을 인내심으로 견디며 기다리던 오펠리아에게 먼저 이별을 고한 것도 페소아였는데, 하필이면 사후 이 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시인이 되는 바람에, 국민 시인이 유일했던 연인으로서 원치 않은 세간의 관심을 오랜 세월 감당해야 했을 것이다. 그것도 두 사람의 아름답고 낭만적인 이야기만이 소비되는 방식으로 말이다. 사랑하는 남자로부터는 ‘너를 사랑하니까 그만 놔줄게’ 같은 말을 들어야 했지만 정작 온 국민은 그녀를 놓아주지 않는 아이러니. 작가를 사귀는 일은 이토록 위험천만하다.

사랑이란 ‘그럼에도 불구하고’인 것일까. 페소아의 메시지 위에 새겨진, 오펠리아가 연애편지에 쓴 문장을 읽다 보면 그녀가 안쓰러워 화난 내 마음마저도 누그러지는 기분이다.

“나는 당신의 입맞춤에 감사하며, 당신에게 많고 많은 포옹을 보내며, 항상 당신의 것” Agradeço muito muito os teus beijos e envio-te também muitíssimo, e muitos chi-coraçóes muito apertados, da tua, e sempre muito tua. – 오펠리아 케이로스
임경선 <다정한 구원>, p169~171, ‘깊은 고요’ 일부

<다정한 구원>에서 위 페이지 속 글을 읽으며, 임경선 작가의 생각이 잘 묻어져 나오는 것 같아 재밌었어요. 또, 페르난두 페소아 작가의 글이 궁금해지기도 했고요.

때마침 비슷한 시기에 한 친구가 보내 준 이 사진도, 페르난두 페소아 작가의 글을 궁금하게 했어요👀

<다정한 구원>, 임경선, 창비

북토크 시작 시간보다 조금 일찍 서점에 도착했더니, 준비가 한창이었어요!

북토크 전, 책을 모두 읽고 갔었는데요. 자리를 잡고 앉아 인상 깊었던 부분을 다시 읽으며 북토크가 시작하기만을 기다렸습니다😊

<다정한 구원>은 작가가 딸과 함께 리스본을 여행하며 쓴 글이에요. 작가는 열 살 때 부모님과 리스본에 살았다고 하는데요, 그 시절을 회상하며 그 당시 갔던 곳들을 방문하거나 부모님의 친구분들을 만나기도 해요. 작가의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신 후, 부모님과 함께 지냈던 시간을 떠올리며 여행을 한다는 사실 만으로도 마음이 먹먹해지더라고요.

노포 파레이리냐데 알파마는 저녁 8시에 문을 열어 거의 10시가 다 되어서야 공연을 시작한다. 3대가 가게를 이어가는 동안 이사하거나 규모를 넓히는 일도 없다. 좁으면 좁은 대로 천장이 낮으면 낮은 대로 옹기종기 모여, 몸을 무대 쪽으로 틀어 공연을 함께 나눈다. 카자 데 파두의 본질을 지켜나가기 위해 기꺼이 불편함을 감수하고, 휴대폰이 존재하지 않던 과거 그대로의 모습을 고집스럽게 이어간다. 나는 그러한 태도에 깊은 아름다움을 감지한다. 모두가 변해간다 해도, 우리는 변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래도 괜찮다고 알려주는 것 같아서.

– 임경선, <다정한 구원>, p208~209, “사우다지의 시간” 일부
다정한 구원10점
임경선 지음/미디어창비

<다정한 구원> 북토크

드디어 북토크가 시작되었습니다. 가을 저녁 야외에서 이루어지는 북토크는 꽤나 낭만적이었어요. 작가님은 덤덤하게 이야기를 이끌어가셨는데요. 책에 담기지 못한 이야기와 리스본에서의 작가의 어린 시절 등,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어요! 작가님에겐 슬플지도 모를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풀어주셨습니다

게다가 책에서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부모님과 딸을 바라보는 것이 느껴져 참 따뜻했는데요. 북토크에서 해주신 이야기에서도 그 따듯함이 전해졌어요. ‘누군가에 조건 없이 받는 큰 사랑의 힘’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와닿았습니다

또, 책에 제가 밑줄 그어 놓은 이 문장에 대해 작가님이 말씀하셨던 것이 기억에 남아있어요. 북토크를 들으며 바로 메모를 남겨두었는데요.

왜 그런 사람들은 있잖아요, 사람들과의 관계에 있어 계산적이지 않고, 온정을 베푸는 사람들.. 작가는 리스본을 여행하며 포르투갈 사람들에게서 그러한 선의를 느낄 수 있었고, 좋은 영향력을 받았다고 하셨어요.

내가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전달해 줄 수 있는 선함을 베풀며 좋은 영향력을 끼치는 것. 그런 사람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쉽지 않겠지만요😅

북토크가 끝나고, 작가님의 사인회가 있었습니다. 길게 늘어선 줄 사이로 저희도 줄을 서고 기다렸어요!

좋아하는 문장이 있는 페이지에 작가님의 사인을 받았습니다✍🏻

+

함께 북토크에 갔던 친구에게 받았던 그날의 편지💌 는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읽고, 함께 좋은 날씨에 북토크를 즐길 수 있어서 행복했던 날. 같은 마음을 전해주어 너무 고맙고 행복했어요💛 여행에서도 잊지 않고 커피를 챙겨주는 그 마음도 너무 고마웠고요🙏🏻

bohemian

책을 읽고 여행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느긋하게, 지구 어딘가를 여행하고 있어요.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