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

두 번째 해외여행은 인도였어요.

그렇게 가고 싶다고,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며

지구별 여행자, 하늘호수로 떠난 여행 등을 비롯하여 온갖 인도 여행책들을 읽어왔는데,

막상 인도에 도착하고 나서 이 모든 것이 저의 환상이었음을 알았달까요.

정말이지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많은 이들이 성자인 듯 행동했고, 그들의 행동에서 저의 마음을 되돌아보며 조금은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던 막연한 기대도

그때의 저에겐 전혀 와닿지 않았어요.

특히 류시화 시인의 책에서 봤던

아,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

싶던.. 그런 마음이 부족했어요.

처음 도착한 공항에서

출입국 심사 때, 공항 한복판에 쥐가 당당히 가는 모습과

깜깜한 빠하르 간지 한가운데 차에서 내리는 우리를

그렇게 크고 흰 눈으로 다가와 쳐다보는 눈빛도,

그래서 숙소에 도착하고 너무 무서워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던 시간들이

가끔 참 많이 그립습니다.

인도 여행을 시작하며 이틀이 지나고 아프기 시작했고,

그렇게 삼 주간 복통에 시달리며 여행을 마무리하고 돌아온 한국에서

태어나 가장 심하게 아팠지만

그래도 인도에 다시 가고 싶다고

얘기하는 건,

마음 한편에 아쉬움이 많이 남아서인 것 같아요.

인도 여행기 중, 가장 좋아하는

“슬픈 인도-이지상, 인도 히말라야 방랑기” 의 인상 깊은 구절들은 언제 읽어도 울컥. 하게 하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슬픈 인도 | 이지상

– 죽음이 끝이 아니라면 생은 한없이 길다.

– 머무는 자에게 삶은 현실이겠지만, 스쳐 지나가는 자에게 삶은 한편의 꿈일 뿐.

– 인도는, 한적한 여백의 삶이 그리워 찾아온 나를 늘 푸근하게 맞아주었지만, 또한 그 땅에서 벌어지는 삶의 고통과 치열함은 나를 빈둥거리지 못하도록 했다.

+ 그리고, 책에서 가장 좋아하는 페이지, <책 머리에>

세상의 모든 여행자들은 결국 인도로 흘러든다. 그리고 한번 인도에 정들면 자꾸 그곳만 가게 된다. 세상으로부터 숨고 싶어서, 바람처럼 떠돌고 싶어서, 명상이나 요가에 관심있어서, 혹은 불쌍한 사람들에 대한 애정때문에… 어쨌든 그들은 쉽게 인도를 잊지 못한다. 왜 그럴까? 못살고 여행하기 힘든 나라인데. 산업화된 세계는 분리의 세계다. 조각난 시간과 공간, 관계속에서 고슴도치처럼 가시를 세우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외롭다. 뒤처져도 힘들고 성공을 해도 허전하다. 인생을 전투처럼 살아가는 것처럼 슬픈 일은 없다. 인도에는 태초의 혼돈이 있다. 그 혼돈 속에서 세상과 내가, 꿈과 현실이 모두 하나가 된다. 그 속에서 문득 자아를 잃어버리는 순간, 삶은 한 편의 꿈이 되고 세상은 즐거운 축제가 되고 만다. 물론 분석하면 인도의 현실을 비참하다. 그러나 느끼기 시작하면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인도만큼 자신의 문화와 종교를 지키고 있는 나라도 없을 것이다. 치열한 삶이 있고, 첨단을 달리는 산업이 있으며, 세상을 구원하려는 온갖 종교와 철학이 있으나 동시에 무위無爲가 칭송받고, 느린 자가 빠른 자를 비웃으며, 주는 자보다 구걸하는 자가 더 당당하여 체념과 게으름, 방관조차 용서받을 수 있는 곳. 아 세상에 그런 세상이 인도말고 또 어디가 있을까? 그곳은 세상 밖의 다른 세상이다. 인도는 편하다. 무엇을 말하든, 무엇을 생각하든, 무슨 행동을 하든, 인도는 그 무엇을 강요하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 내버려두라. 그것만이 강요 아닌 강요였다. 도처에 널린 고통스럽고 비참하고 슬픈 삶들을 바라보며 짜증내고, 눈물짓던 인도였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그렇게 편해질 수가 없었다. 인도가 나에게 그랬던 것처럼, 나 또한 인도를 내버려두었기 때문이다. 인도는 깊은 바다 같다. 온몸의 긴장을 풀고 바다의 물결에 몸을 맡기는 순간, 세상은 갑자기 춤추기 시작한다. 그 세상은 깊이를 알 수 없고, 넓이를 알 수 없다. 그 속에서 나는 순간이나마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물론 고통을 가슴 깊이 받아들인 후였지만. 세상의 모든 여행자들은 결국 인도로 흘러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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